Chapter 54


입양딸 역할을 지나치게 잘해버렸다 054화세알 자작의 방에 들어갔을 때, 비올라의 머리가 멍해졌다.

Entering Viscount Seaal’s room, Viola felt her head go blank.

피 냄새.

The smell of blood.

저만치 멀리. 하얀 이불보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Over there, in the distance, the white blanket was stained red.

저건 툰드라가 흘린 피가 분명했다.

That was definitely Tundra’s blood.

머릿속에서 사이렌 소리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A siren sounded loudly in her head.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한아린의 기억이 수면 위로 올라와 용솟음쳤다.

The memory of Han Ah-rin, buried at the back of her mind, surged to the surface.

‘정신 차리세요!

“Get a grip!”

‘응급! 응급입니다!’

“Emergency! Emergency!”

‘비켜주세요!”

“Move aside!”

강한준은 교통사고를 당했었다.

Kang Han-jun had been in a traffic accident.

강한준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 한 아린은 즉시 병원으로 달려갔었다.

Han Ah-rin, who had promised to meet Kang Han-jun, rushed to the hospital immediately.

그곳에서 봤다.

She saw him there.

피투성이의 강한준을.

Kang Han-jun, covered in blood.

강한준은 눈을 뜨지 못했었다.

Kang Han-jun couldn’t open his eyes.

그때의 그 장면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뇌리에 너무나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That scene, no matter how much time had passed, was vividly etched in her mind.

외면하고 또 외면해 봐도, 악몽처럼 떠올라 한아린을 괴롭혔었다.

No matter how hard she tried to ignore it, it tormented Han Ah-rin like a nightmare.

당시 강한준은 의식을 잃은 채, 어딘가 괴로운 듯 이상한 신음성만 냈었다.

At that time, Kang Han-jun was unconscious, making strange, pained sounds.

지금도 신음성이 들려왔다.

Even now, the moans were echoing.

“으음….”

“Ugh…”

툭!

With a thud!

비올라의 머릿속에서 무엇인가가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Viola felt something snap in her head.

“너냐?”

“Is that you?”

무릎을 꿇고 있는 세알 자작에게 걸어갔다.

She walked over to the kneeling Viscount Seaal.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낀 힉슨이 비올라를 잡으려 했지만 제논이 막아섰다.

Feeling something was off, Hixson tried to grab Viola, but Zeno blocked him.

제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Zeno shook his head.

입 모양만으로 말했다.

He mouthed silently.

‘공녀님께서도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The princess must have her thoughts sorted out.”

힉슨의 눈이 비올라를 향했다.

Hixson’s gaze turned to Viola.

일반인들은 숨을 쉬기도 힘들 만큼의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A murderous aura radiated so intensely that ordinary people would struggle to breathe.

저것은 분명 살성을 타고난 살인귀의 기운이었다.

That was certainly the aura of a born killer.

세알 자작이 작게 신음을 토했다.

Viscount Seaal let out a small groan.

“윽.”

“Ugh.”

세알 자작의 오른쪽 귀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Blood poured from Viscount Seaal’s right ear.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It happened in the blink of an eye.

비올라의 손속은 빠르고 잔인했다.

Viola’s hand was quick and brutal.

“네가, 감히, 내 소유의 개를 이렇게 만들었니?”

“How dare you do this to my dog?”

세알 자작은 잠깐 떨린 것을 제외하면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했다.

Viscount Seaal maintained his composure, except for a brief tremor.

평정심을 유지한 채 대답했다.

He answered while maintaining his calm.

“아닙니다.”

“No, I did not.”

“그러면?”

“Then?”

“공녀님께서 예비하신 모든 것이 들어맞았고, 반려검은 적들을 상대하다 크게 다쳤습니다.”

“Everything the princess prepared was on point, and the partner sword was heavily injured while facing enemies.”

그리고 비올라는 정신을 차렸다.

And Viola regained her senses.

피투성이가 된 툰드라를 보고서 이 성을 잃었었다.

Seeing Tundra drenched in blood, she had lost her composure.

‘아냐. 이거 아니야.’

“No, this isn’t right.”

의식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작중 비올라의 자아’를 전면에 내세우고 뒤에 숨었다.

She brought forth the ‘character Viola’s self’ that she had buried deep within and hid behind it.

비올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Viola bit her lip.

‘그래도 이건 아니야.”

“But this still isn’t right.”

피가 줄줄 흐르는 자작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She steadied her heart, seeing the viscount bleeding profusely.

‘툰드라를 저렇게 만든 사람은 나야’대부분의 상황을 모두 예측했고 그대로 흘러갔다.

“I am the one who made Tundra like this,” she had predicted most of the situations, and they had flowed just as she had foreseen.

다만 툰드라가 저렇게까지 심하게 다칠 줄은 몰랐다.

However, she did not expect Tundra to be injured so severely.

명령을 내린 사람도 비올라 자신이었고, 툰드라를 다치게 한 사람도 자신이었다.

She’s the one who gave the orders, and she’s also the one who hurt Tundra.

‘미안해. 내가 미안해.’

“I’m sorry. I’m so sorry.”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She realized she had thought too lightly of it.

툰드라는 남주니까.

Tundra’s the main character, after all.

어지간한 난관이나 어려움 따위는 아주 쉽게 극복할 줄 알았다.

She thought he could easily overcome reasonable obstacles and difficulties.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That thought had become her downfall.

그렇지만 그 생각을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However, she could not show that thought outwardly.

그러면 자작 앞에서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게 되고, 그러면 귀를 그렇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That would mean admitting her mistakes before the viscount and taking responsibility for what had been done to his ear.

‘미안해요.”

“I’m sorry.”

다행히 잘린 것도 턱턱 붙이는 접합 마법이 굉장히 잘 발달된 세계라서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Fortunately, in this world, healing magic for cut ears was highly developed, so he would recover soon.

일단 급한 불은 끄기로 했다.

For now, she decided to put out the immediate fire.

“내 개가 회복하지 못하면 세알 자작가는 오늘로 멸족될 겁니다, 자작님.”

“If my dog doesn’t recover, then the Seaal family will be wiped out today, my lord.”

*

비올라 일행은 시종장의 안내를 받아 응접실로 이동했다.

Viola and her group were guided by the chamberlain to the reception room.

약간의 다과와 차를 대접받았지만 비올라는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They were served some snacks and tea, but Viola didn’t touch the food.

“저는 공작님께 보낼 보고서 초안을 일부 작성하겠습니다, 공녀님.”

“I will draft part of the report to send to the duke, my princess.”

“그래.”

“Sure.”

제논이 품속에서 메모지와 펜을 꺼냈다.

Zeno pulled out a notepad and pen from his pocket.

무엇인가를 적다가 비올라에게 물었다.

While writing something, he asked Viola.

“어째서 자작의 귀를 자르셨는지 여쭤보아도 될까요?”

“May I ask why you cut the viscount’s ear?”

제논은 속으로 기대했다.

Zeno internally anticipated.

비올라 벨라투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 자신이 생각한 그림과 맞는지.

Whether the image Viola Bellatu was painting matched his own thoughts.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He wanted to confirm that.

“그 질문은 왜 하는 거야?”

“Why are you asking that?”

“공녀님께서는 툰드라가 저 정도 다칠 것을 이미 알고 계셨을 거고.”

“You must have already known how badly Tundra would get hurt.”

아니.

No.

몰랐어.

She didn’t know.

남주라는 설정에만 너무 집중해서, 툰드라가 이렇게까지 다칠 줄은 몰랐어.

She was so focused on Tundra being the main character that she hadn’t expected he would get hurt this badly.

“자작가를 구하기 위하여 이 모든 것을 진행하셨습니다. 툰드라를 다치게 한 것이 자작이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고 계셨을 테고요. 그런데 굳이 자작의 귀를 그렇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You went through all this to save the viscount. You knew it wasn’t the viscount who hurt Tundra. So why did you need to go and cut his ear?”

비올라는 잠시 침묵했다.

Viola fell silent for a moment.

저 말이 맞았다.

That was true.

특사로 파견되어 와서, 자작의 귀를 잘라 버린 행동은 경솔했다.

Her action of cutting the viscount’s ear, as a special envoy, was reckless.

하얀 벨라투인 비올라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Viola, the White Bellatu, spoke nonchalantly.

“날 수고롭게 만든 것에 대한 경고.”

“A warning for making me work hard.”

제논의 펜이 바빠졌다.

Zeno’s pen became busy.

무언가를 슥슥-써 내려갔다.

He scribbled something down.

“경고였군요!”

“Oh! It was a warning!”

제논은 조금 기뻤다.

Zeno was a bit delighted.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이 맞았다.

What he thought was correct.

비올라와 자신의 생각이 일치한 것 같아 기분이 더 좋아졌다.

He felt even better that his thoughts matched Viola’s.

“그럼 공녀님께서는 저들에게 일단 생명의 은혜를 빚지게 해놓고서, 벨라투로서의 질서까지도 확립하신 거군요.”

“So, you have them indebted to you for their lives and established order as Bellatu.”

벨라투로서의 위신을 잃지는 않아야 한다.

She should not lose the prestige of being Bellatu.

그렇다고 무턱대고 자작을 벌할 수는 없다.

Nor could she punish the viscount without thought.

그래서 일부러 생명을 구해주었다.

Thus, she intentionally saved their lives for justification.

일단 생명을 구해주었으니 귀가 잘리는 것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명분이 선다.

Having saved their lives, it provided the justification that they must endure losing an ear.

힉슨이 코웃음 쳤다.

Hixson scoffed.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냐?”

“Do you really think that?”

“그럼, 아닌가요?”

“Of course, isn’t it?”

“비올라는 화가 난 거야. 툰드라가 다친 것에 대해서.”

“Viola is angry about Tundra getting hurt.”

“공녀님은 상황을 가장 이성적으로 파악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제일 효율적인 방법으로 상황을 풀어가고 계십니다.”

“The princess understands the situation most rationally. And she’s handling it the most efficiently.”

아, 글쎄.

Oh, no.

그게 아니라니까.

That’s not it.

힉슨이 본 비올라는 조금 달랐다.

The Viola Hixson knew was slightly different.

툰드라를 보자마자 비올라는 약간 이성을 잃었었다.

The moment she saw Tundra, Viola seemed to lose some of her rationality.

‘마음에 드네, 꼬맹이.”

“I like this, you little one.”

살과 피가 철로 이루어진 줄로만 알았다.

She thought it was all flesh and blood.

그런데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이 상당히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But the way she was angry felt very human.

제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Zeno didn’t seem to think so.

“힉슨 경은 현명하지 못하군요. 공녀님은 철저한 계산 속에서 실리를 모두 취하신 것입니다.”

“Hixson is not wise. The princess has calculated thoroughly and taken everything for her own benefit.”

“그래. 그런 걸로 하자. 뭐가 어찌 됐든 세알 자작 녀석은 한 방 먹었겠어. 지금쯤 엄청 고민하고 있을 거야.”

“Yeah, let’s go with that. Whatever the situation may be, that Seaal punk got a hit. He’s probably worried sick right now.”

“무엇을 말입니까?”

“What do you mean?”

힉슨이 보기에 비올라는 지금 정상이 아니었다.

To Hixson, Viola wasn’t acting normal.

눈동자에는 뿌리 깊은 불안이 담겨 있었다.

There was deep-rooted fear in her eyes.

비올라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했다.

He was worried about Viola but, on the other hand, he felt somewhat pleased.

‘비올라의 눈에 담긴 불안을……

The fear in Viola’s eyes…

제논은 못 읽는구먼! 으하하핫!’

Zeno couldn’t read it! Hahaha!

자신만 그것을 읽어내고 있다.

Only he could see that.

그것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 한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That was probably because he had experienced the loss of the most precious person in the world.

그게 아니라면 자신과 비올라가 더 가까운 사이이거나.

If not, then it meant he was closer to Viola.

‘내가 비올라를 훨씬 더 잘 아는구만! 내가! 내가 더 비올라와 가깝도다!’

“I know Viola way better! It’s me! I’m closer to Viola!”

비올라는 지금 하얀 벨라투로서의 가면을 쓰고 행동하고 있다.

Viola was putting on the mask of the White Bellatu and acting.

냉철한 척.

Pretending to be cold.

모든 상황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척.

Pretending to use every situation rationally.

그렇지만 지금은 정신이 온통 툰드라 쪽으로 향해 있는 것 같았다.

But right now, her mind seemed entirely focused on Tundra.

그래서 도와주기로 했다.

So, he decided to help her.

‘내가 네 어른이 되어준다고 했었지?’

“I said I’d be your adult, didn’t I?”

제논이 더 원하는 방식.

In the way Zeno wanted more.

제논이 보고하기를 바라는 방식의 대화를 이끌어내 비올라를 도와주기로 했다.

He decided to steer the conversation in a way that Zeno preferred while helping Viola.

“세알 자작 입장에서는 어떤 느낌이겠어? 목숨을 구해주고 갑자기 귀를 잘라 버리다니. 누가 봐도 자작이 툰드라를 했을 리 없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What must it feel like for Viscount Seaal? Saving his life and then suddenly cutting off his ear. It’s obvious that the viscount didn’t hurt Tundra. It’s strange, no matter how you think about it?”

“그렇습니다.”

“Exactly.”

“세알은 꽤 똑똑한 놈이야. 신념있고 머리가 좋아서 짜증 나는 놈이었어.”

“Seaal’s quite smart. He’s stubborn and annoying with his intelligence.”

그래서 어린 시절 많이 때렸다.

So, he hit him often in childhood.

힉슨은 그런 강직하고 올곧은 성격을 별로 안 좋아했다.

Hixson didn’t like that upright personality much.

“이상하니까, 스스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거야. 왜 비올라가 그렇게 모순적인 행동을 했을까?”

“Since it’s strange, he’ll wrap his head around it and think. Why did Viola act so contradictorily?”

“세알 자작 입장에서는 그렇겠군요.”

“That would be the case for Viscount Seaal.”

힉슨은 곁눈질로 비올라를 살펴봤다.

Hixson glanced at Viola.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만, 비올라는 지금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Though appearing nonchalant, it seemed Viola could crumble at any moment.

‘이야.’

“Wow.”

철혈의 벨라투에게 저런 모습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Who would have thought that the Iron-Blooded Bellatu could show such a look?

‘왜 저렇게 평소답지 않은 거냐?

“Why isn’t she acting like herself?”

지켜주고 싶게.

It made him want to protect her.

그래서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

So he shamelessly continued speaking.

“한 명이 모순된 두 가지 행동을 같이 했어. 자아가 두 개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겠지?”

“One person executed two contradictory actions. It would be impossible without having two selves, wouldn’t it?”

“그렇겠지요.”

“That would be true.”

“그러면 세알 자작 놈은 이렇게 해석할 거야.”

“Then the viscount will interpret it like this.”

“어떻게 말입니까?”

“How would that be?”

힉슨이 말을 이었다.

Hixson continued speaking.

*

똑똑.

Knock, knock.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A knocking sound was heard.

시종장이 세알 자작에게 보고를 올렸다.

The chamberlain reported to Viscount Seaal.

“응접실로 안내해 드리고 따뜻한 차와 다과를 준비하여 올렸습니다.

“I escorted them to the reception room and prepared warm tea and snacks.

귀는 좀 어떠신지요?”

“How’s your ear?”

“절단면이 지나칠 만큼 깨끗해서 하루면 회복된다더군.”

“It’s so cleanly cut that I’ve been told it can heal in a day.”

“그렇군요. 비올라 공녀가 배려하신 겁니까?”

“I see. Was Princess Viola considerate?”

“아마도, 열두 살에 이 정도 실력일 줄은 몰랐지만.”

“Perhaps, I didn’t expect such skill at twelve.”

“그 정도였습니까?”

“That good, huh?”

“신관이 깜짝 놀라더군. 어린 시절의 메데이아 공녀에 필적하는 능력이라고까지 표현했어. 그러니까 특사로 파견되었겠지만.”

“The cleric was surprised. He even said she matched the abilities of young Princess Medea. That’s why she was designated as a special envoy.”

시종장은 세알 자작의 고용인이지만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The chamberlain was a long-time friend but also an employee of Viscount Seaal.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He cautiously asked.

“왜 굳이 자작님께 그렇게 했을까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Why would she go and do that to you? She should know the situation better than anyone.”

“내게 메시지를 주고 있는 거야.”

“She’s sending me a message.”

“메시지요?”

“A message?”

“벨라투의 누군가는 내게 경고하고 싶어 한다.”

“Someone from Bellatu wants to warn me.”

그 누군가는 아마도 헤론 공작이겠지.

That someone would likely be Duke Heron.

세알 자작은 그렇게 판단했다.

Viscount Seaal concluded this.

허튼짓하지 말라고, 이상한 마음을 품으면 당장에라도 죽여 버리겠다고, 그렇게 경고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It seemed like a warning not to mess around; if he held any strange thoughts, he would be killed immediately.

“그래서 특사 신분의 비올라 벨라투는 벨라투의 입장을 대변하여 내게 혹독하게 경고했어. 귀가 정말 아팠지.”

“So, Viola Bellatu, as a special envoy, painfully warned me on behalf of the Bellatu. That ear truly hurt.”

“…….”

“……”

“그렇지만 인간 비올라 벨라투는 나를 배려하고 싶었던 것 같아.”

“However, the human Viola Bellatu seemed to want to be considerate of me.”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Thus, it seemed she had created this situation.

일단 생명을 구해줘서 명분을 만든 다음 경고하는 방식.

First saving a life to create justification, then warning.

“지나친 비약 아닐까요?”

“Isn’t that quite a leap?”

“비올라는 철혈의 벨라투로 이미 이름을 얻고 있어. 게다가 2년 전부터 하얀 벨라투로 진로를 잡았다더군.”

“Viola has already made a name for herself as the Iron-Blooded Bellatu. Besides, she’s poised to become the White Bellatu since two years ago.”

“하얀 벨라투…… 말입니까? 하얀 벨라투는 도태된 벨라투 아닙니까?”

“The White Bellatu? Isn’t that the faded Bellatu?”

“원래는 그렇지.”

“Originally, yes.”

그렇기에 하얀 벨라투는 더욱 큰 성과를 보여야 한다.

Thus, the White Bellatu must show even greater achievements.

“스스로 하얀 벨라투가 된 공녀야.

The princess has become the White Bellatu herself.

이 모든 것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성적인 계획일 거야.”

“All of this is likely a rational plan that came from her mind.”

“하지만…… 공녀는 겨우 열두 살입니다.”

“But… she’s only twelve.”

“메데이아 공녀는 열두 살에 최연소 9급 기사가 되었지. 고블린 무리를 홀로 토벌해서. 그건 말이 되나?”

“Princess Medea became the youngest 9th rank knight at twelve. She single-handedly defeated a horde of goblins. Does that even make sense?”

그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That was also quite absurd.

“어쨌든 공녀는 벨라투가의 경고를 성공적으로 해냈어. 천살 공작은 나를 탐탁지 않아 하지만, 철혈 공녀는 내게 분명한 호감이 있을 거야.”

“Anyway, the princess effectively issued a warning on behalf of Bellatu. Though the Duke of Thousand Kills might not be delighted with me, the Iron-Blooded Princess surely has a clear favor toward me.”

시종장은 세알 자작을 신뢰하지만 조금은 걱정도 됐다.

The chamberlain trusted Viscount Seaal, but was a bit concerned.

사실 지금 세알 자작가와 벨라투가 평온한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In fact, the Seaal household and the Bellatu were not on peaceful terms.

벨라투는 세알가의 장남을 죽여 버린 원수 가문이다.

Bellatu was the rival family that had killed the eldest son of the Seaal household.

“비올라는 벨라투 비올라와 인간 비올라 사이에서 교묘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내게 접근할 거야. 자신이 원하는 최고의 결과를 위해서.”

“Viola will approach me by skillfully balancing between Viola of Bellatu and human Viola, seeking the best outcome she desires.”

“저희를 이용하겠다는 건가요, 자신의 성과를 위해?”

“Is she going to use us for her own gains?”

“아마도 그렇겠지.”

“That likely is the case.”

“그건 좀 기분이…….”

“That feels a bit…”

“그러니까 지켜봐야 할 거야.”

“So, we need to keep watching.”

세알 자작이 침대 쪽을 쳐다보았다.

Viscount Seaal looked toward the bed.

“공녀의 눈썰미와 지략이라면, 반려검의 생명이 위독하지 않다는 것도 진작에 알아차렸을 거야.”

“With the princess’s sharp intuition and strategy, she must have realized the partner sword’s life wasn’t in critical danger.”

피를 많이 흘려 의식이 없기는 했지만 조만간 회복될 만한 부상이었다.

Though he had lost a lot of blood and was unconscious, the injuries were recoverable soon.

그걸 눈치챘을 비올라가 굳이 이렇게 말했다.

Viola must have sensed that when she said:

‘내 개가 회복하지 못하면 세알 자작가는 오늘로 멸족될 겁니다, 자작님.’

“If my dog doesn’t recover, the Seaal family will be wiped out today, my lord.”

“오늘이 지나기 전 비올라 공녀가 날 다시 찾아올 거야. 반려검은 회복 중이니, 대화를 시작하겠지.”

“Before today’s over, Princess Viola will come to me again. The partner sword is recovering, so a conversation will start.”

“……그게 그런 메시지였습니까?”

“……Was that the message?”

“그래.”

“Yes.”

비올라가 다시 찾아올 거다.

Viola would come again.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겠지. 인간 비올라는 어쩌면 좀 더 인간적인 방법으로 내게 접근할 수도 있겠어.”

“And she’ll probably say what she truly wants. The human Viola might approach me in a more humane way.”

“인간적인 방법 말입니까?”

“A humane way, you say?”

“내 아들을 죽인 것에 대한 사과라 든가.”

“Perhaps an apology for killing my son.”

“사, 사과요? 벨라투가요?”

“A-apology? For Bellatu?”

시종장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The chamberlain thought it impossible.

그리고 사실 아들을 죽여 버린 것이 사과로 끝날 문제도 아니었고,

And frankly, it wasn’t a matter that could end with an apology for killing a son.

“사실 나도 잘 모르겠군.”

“Honestly, I don’t know either.”

단순히 사과한다고 끝날 문제는 아니다.

It’s not just a simple matter of saying sorry.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해결될 것이다.

One of the two must die for a resolution.

물론 죽는 것은 자신 쪽이겠지만.

Of course, that would be himself.

“그래서 나는 잠시 지켜볼 생각이야. 너무 이상해서 지켜봐야만 할 것 같아.”

“So, I’ll observe for a while. It feels too strange not to.”

철혈의 벨라투.

The Iron-Blooded Bellatu.

비올라 벨라투 공녀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He couldn’t fathom what Princess Viola Bellatu was thinking.

비올라가 했던 행동들을 해석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It was possible to interpret Viola’s actions, but predicting them was difficult.

공녀는 이미 나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가졌다. 겨우 열두 살에.’

The princess had a broader perspective than he did, and she was only twelve.

과연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What would she say?

어떻게 상황을 풀어갈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He decided to wait and see how she would resolve the situation.

“정말…… 비올라 공녀가 오늘 밤에 찾아올까요?”

“Will… Princess Viola really come tonight?”

귀족들 사이에서는 밤 10시가 넘으면 서로를 찾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 있었다.

Among nobles, it was an unspoken rule not to seek one another after 10 PM.

벌써 10시가 넘었다.

It was already past 10 PM.

“그럴 거야.”

“I believe she will.”

밤 11시가 되었다.

It became 11 PM.

“11시인데….

“It’s 11 PM…”

정말 찾아올까요?”

“Will she really come?”

“찾아올 거다.”

“She will come.”

그때쯤, 툰드라가 정신을 차렸다.

Just around that time, Tundra regained consciousness.

똑똑.

Knock, knock.

때마침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Coincidentally, the knocking sound was heard.

비올라였다.

It was Viola.